“머릿속은 창의적 사고를 위한 아이디어 생성 공간이지, 해야 할 일을 저장해 두는 보관소가 아니다.”
데이비드 알렌은 저서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2011, 21세기북스)에서 이 생각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알렌은 단순히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우리가 마음을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창조적 도구로 활용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쌓아두는 저장소로 삼는다는 점이다. 마음에 과도한 업무를 맡기고, 지시하며, 심지어 협박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작은 자기 학대가 자기 경영을 방해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우리는 수많은 할 일과 마주한다. 이메일 확인, 오늘 마감 업무, 가족과의 약속, 내일 발표 준비, 주말에 고쳐야 할 수도꼭지까지. 이 모든 조각들이 머릿속을 떠돌며 우리를 압박한다. 문제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창의적 사고와 복잡한 판단에는 뛰어나지만, 대량의 정보를 오래 저장·관리하는 데에는 서툴다. 머릿속에 일을 쌓아두는 순간, 효율적인 처리는 오히려 멀어진다.
알렌은 일을 잘 처리하는 능력은 기억력이나 성실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시스템에 옮겨야 한다. 선조들이 돌판이나 나무에 기록했던 것처럼, 우리는 머릿속을 해방시켜야 창의적 사고에 몰두할 수 있다. 머리는 아이디어를 낳고, 시스템은 일을 관리한다. 이 분업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불안에서 벗어나 집중을 회복할 수 있다.
알렌은 일을 ‘경영자’처럼 다루라고 강조한다. 핵심은 다섯 단계다.
모든 일과 아이디어를 수집한다.
의미와 실행 가능성을 판단한다.
실행 가능한 행동으로 정리한다.
시간과 맥락에 따라 적절히 배치한다.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실행한다.
이는 기업 경영과 흡사하다. 기업이 물자와 인력을 수집하고, 목적을 판단하며, 전략을 정리·배치·실행하듯, 개인도 자신의 삶을 경영해야 한다. 결국 ‘할 일 관리’란 자기라는 조직을 경영하는 일이다.
‘저장’과 ‘경영’은 다르다. 저장은 그저 쌓아두는 것이지만, 경영은 흐름을 만들고 관계를 조직한다.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고, 작은 일과 큰 목표를 조율하며,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기술이 바로 경영이다. 알렌이 말하는 ‘일의 경영’은 단순한 시간 관리가 아니라 자기 존재 전체를 지휘하는 행위다.
문제는 우리가 마음에게 경영자의 역할까지 맡긴다는 점이다. 마음은 창의적 사유가 샘솟는 탐구자이자 발명가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일 꼭 기억해”, “저 약속 잊지 마”, “내일 회의 준비해야 해”라며 끊임없이 지시한다. 그 결과 마음은 본연의 기능을 잃고, 창의적 에너지는 불안과 피로 속에 갇힌다.
따라서 머릿속은 아이디어를 낳는 공간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일은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관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도구 그 자체가 아니라 습관화다. 매일 아침과 저녁,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할 일을 작은 단위로 쪼개어 기록하며, 실행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의 목적은 자유다. 일을 경영한다고 해서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때, 우리는 불필요한 걱정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질문에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가?”
“나는 어떤 기업을 만들어가고 싶은가?”
알렌의 방법론은 그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그 질문에 몰두할 수 있는 정신적 여백을 제공한다.